오늘은 어린이집의 일일 ‘아마’를 하는 날입니다. 아마는 공동육아 어린이집에서 사용하는 말인데 어린이집을 위한 활동 전체를 의미합니다.

일일아마는 보통 휴가를 내신 선생님 대신 하룻동안 아이들을 돌보고 가르치는 것을 말합니다.

아침에 어린이집에 도착해 대문 앞에서 등원하는 아이들에게 나를 소개합니다. “안녕 나는 안드로메다야. 오늘 아라방(5~6세 방 이름) 아마야. 잘 부탁할게”

우리 둘째 영찬이가 다니는 공동육아 어린이집인 어린이집에서 나는 영찬 아빠가 아닌 ‘안드로메다’라는 별명으로 불립니다. 별명을 부르게 되면 아이들은 어른인 ‘영찬 아빠’가 아닌 ‘친구’인 ‘안드로메다’로 다가설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인사하는 나를 탐색한다. ‘안드로메다 오늘 잘 걸렸어. 흐흐흐’ 하는 모양새입니다.

하지만 나도 지지않는다. “오늘 안드로메다하고 신나게 재미나게 놀아보자. 그런 의미에서 하이 파이브”

일단 성공입니다. 아이들이 하이파이브 하자며 한 줄로 줄을 섭니다. 기선을 제압한 것입니다.


오전 간식으로 나온 수박을 맛나게 먹고 나들이를 나섭니다. 모기에 물리지 않게 모기 퇴치제도 바르고 돗자리도 준비하고 물도 가방에 넣었습니다.

“얘들아 오늘은 어디로 나들이를 갈까?”

“두더지 무덤가요!”

“두더지 무덤가”

“두더지 무덤가”

이런 나들이가 무덤가라니. 무덤가에 가서 무얼하고 논단 말인가? 애들이 무섭지도 않나? 하여튼 가보자.

재호, 다솔, 재현, 명서, 해온, 정준 이렇게 짝손을 하고 ‘두저지 무덤가’로 향합니다.

아이들은 이미 신이 나 있. 가는 길에 작은 꽃, 벌레 하나에도 그냥 지나치지 않습니다.

재현이가 나팔꽃을 하나 들고서 기분좋게 웃습니다.

어린이집에서 나서길 10여분.

초여름에 풀 숲은 이미 아이들 키 만큼 자라났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풀 숲을 헤치고 거침없이 무덤가를 향합니다.

드디어 무덤가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날씨가 이상합니다. 하늘이 어둑해지더니 소나기가 내릴 태세입니다. 금새 후두둑 하더니 빗방울이 떨어집니다.

무덤가에 도착해서 놀아보지도 못하고 다시 어린이집으로 되돌아갑니다.

아이들은 내리는 비도 놀잇감입니다. 길 가에 피어 있는 호박 잎을 하나씩 따더니 우산이라고 씁니다.

어떤 우산보다도 고급스럽고 이쁩니다. 아이들 얼굴에 만족스러운 웃음이 번집니다.

어린이집에 와서는 신나게 마당에서 놉니다.

그리고 마당 한켠에 마련된 밭에서 점심때 먹을 야채를 뜯습니다. 가지, 고추, 방울토마토, 피망 등등을 한아름 모았습니다.

아이들은 이렇게 어린이집에서 보냅니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에넛는 그 흔한 영어 교육이나 태권도도 없습니다. 한글도 가르치지 않습니다. 다만 어떻게 하면 친구들하고 사이좋게 노는지, 여름에는 어떤 채소가 열리고 어떤 꽃이 피는지, 어떤 벌레가 위험하고 어떤 벌레는 안 위험한지, 차가 오면 어떻게 피하고, 비가 오기 전에는 구름 모양이 어떻게 변하는지, 소나기는 어떤 소리를 내는지, 여름 비와 가을 비는 어떻게 다른지, 어떻게 웃는지, 어떻게 우는지, 어떻게 사과하는지, 어떻게 화내는지를 배우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한 하루. 아이들보다 내가 더 많이 배웠습니다.

Posted by 용사니케

주말에 야구를 보고 와서 피곤에 지친 아들이 자면서 말한다.

“아빠! 나 근데 평일에는 자유시간이 너무 없는 거 같아”

갑작스러운 얘기도 그렇지만 얘기하는 내용도 뜨악해진다.

아들은 이제 겨우 초등학교 1학년. 그런데 자유가 없다고 하소연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학교가고 학교 끝나면 피아노 학원 갔다가, 바둑학원 갔다가 도서관 갔다가 집에 와서 간식 먹고 좀 있다가 숙제 하고 저녁 먹으면 자야돼”

얘길 들어보니 맞다.

아침 7시 반에 일어나 아침 밥 먹고 8시 반에 등교. 1시 반에 학교 앞 교문에서 음악학원 버스가 큰 아이를 데리고 간다. 음악학원이 끝나면 이번에는 바둑학원 차례다. 그렇게 해서 집에 들어오면 4시가 넘는다. 그제서야 엄마가 오고 엄마가 차려준 간식을 먹고 담날 가방 챙기고 숙제하다보면 저녁 시간이 온다. 저녁 먹고 씻으면 이제 자야될 시간이라는 것이 아이의 하소연이다.

아들은 결국 “나에게 자유를!!” 소리한번 지르고 잠을 청한다.

쓴 웃음을 지으며 아들 방을 나왔다. 마음이 참.. ‘이게 아닌데....’ 싶다

우리 아들은 파주에 있는 시골 초등학교를 다닌다. 한 학년에 한반만 있는 작은 학교다.

초등학교 애들한테 너무 공부, 공부 하는게 싫어서 부러 서울에서 파주까지 이사를 해서 선택한 학교다.

그런데 아들 입에서 자유가 없다는 얘기가 나오니 미안하고 안타까울 뿐이다.

사실 아들을 학원에 보내는 것은 특별히 욕심을 부려 특기 적성을 키운다기 보다는 엄마, 아빠 대신 돌봐주는 곳이 필요해서다.

아내가 일을 하다보니 1시 반에 학교에서 끝나는 큰 아들을 그냥 집에서 두게 할 수 없다. 그래서 피아노 학원과 바둑 학원에 보내고 있는 형편이다. 어쩔 수 없다는 핑계를 하긴 했지만 어쨌든 이제 겨우 초등학교 1학년에게 학원을 둘씩이나 보내고 자유를 뺏앗아 버린 부모가 된 것이다.

아이에게 단 한 두시간이라도 친구들과 마음껏 놀 수 있게 만들어야할텐데.... 뾰족한 방법이 없다.


Posted by 용사니케

성미산 마을 공동체를 찾아서

먹거리에서 교육까지 함께하는 마을 공동체

NGO 단체에서 일하는 윤상훈씨(38․서울 마포구 망원동)는 일 때문에 퇴근이 늦어지면 공동육아를 같이 하는 다른 엄마 아빠에게 저녁시간에 아이를 돌봐 줄 것을 부탁한다.

맞벌이 부부인 윤씨는 잡지사 기자인 아내가 마감 때문에 늦고 본인도 일이 늦어지면 종종 이렇게 어린이집 다른 엄마 아빠에게 부탁한다. 엄마 아빠들이 직접 기금을 모아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공동육아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공동육아 또바기 어린이집에서 부모들이 모여 7살 아이들 교육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찬 거리와 쌀, 과일 등은 집 근처 유기농 생활협동조합에서 구입한다. 주말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은 물론 어른들이 차 한잔 마시고 동네 얘기를 할 수 있는 유기농 카페에 들르기도 한다.

이 유기농 까페는 재료를 생협에서 구한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못 입는 옷은 생협 바로 옆에 되살림 가게에 보낸다. 되살림 가게에서는 단돈 2천원에 깨끗한 양가죽 옷을 구할 수도 있다. 차량에 문제가 생기면 주민들이 함께 만든 카센터에서 의심하지 않고 맡긴다.

갑자기 손님이 들이닥치거나 반찬을 만들기가 어려울 경우에는 유기농 반찬 가게를 이용한다. 이 반찬가게 역시 원재료를 생협에서 구매한다.

먹거리에서 교육까지 함께하는 마을 공동체

마포의 성미산 공동체는 이제 단순히 유기농 생협과 공동육아를 벗어나 육아, 교육, 생활, 문화, 경제를 아우르는 공동체로 성장하고 있다.

유기농 먹거리를 구입할 수 있는 두레 생협

이 마을 공동체에는 취학 전 아이들을 공동으로 기르는 ‘우리․참나무․또바기․성미산 어린이집’이 있고 학생들의 방과 후 활동을 하는 ‘풀잎새, 도토리 방과후 교실’이 있다.
여기에 초․중․고 대안학교인 ‘성미산 학교’가 자리잡고 있으며 유기농 농산물과 친환경 공산품을 살 수 있는 ‘두레 생협’과 반찬가게인 ‘동네 부엌’도 있다. 여기에 주민 교육시설인 ‘꿈터’와 마을 주민들의 방송국인 마포 'FM(100.7MHz)'도 이 마을의 자랑이다.
자동차 정비소 ‘차병원’도 마을 사람들이 꾸준히 이용하는 곳이다. 자동차를 함께 이용하는 ‘카 쉐어링’, 주민들의 경제 모임인 ‘대동계’도 있다. 지역의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마포희망나눔’도 있다. 최근에 설립한 ‘민중의 집’은 방학동안 아이들을 돌보는 것은 물론 성인들을 위한 각종 강습과 교육, 토론, 놀이터가 되기도 한다.
‘마을 극장’의 개관도 코 앞이다. 마을 공동서재도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성미산 마을 공동체를 외부에 알리고 공동체를 더욱 알차게 꾸미기 위해 ‘사람과 마을’이라는 주민단체도 만들었다.

주민의 요구에서 시작된 마을 공동체

성미산 마을은 전적으로 마을 주민들의 요구에서부터 시작됐다.성미산 마을 공동체의 시작은 공동육아로 시작됐다. 마음 놓고 아이들을 키우고자 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우리 어린이집’이 마을 공동체의 효시였다. 아이들을 내 아이처럼 키운다는 것이 입소문이 나자 각지에서 이사를 오고 정원이 넘치자 어쩔 수 없이 어린이집은 4개로 늘어났다.
이 아이들이 어린이집을 졸업하자 방과 후 교실을 열고 이 아이들에게 먹일 유기농을 판매하는 두레생협을 만드는 식이다. 이런 식으로 하나 하나 마을 단체는 늘기 시작했다.

유기농 까페인 '작은 나무'는 주민들의 휴식공간이기도 하다



이렇게 모인 이들은 1년에 큰 행사를 두 차례 갖는다. 그 하나가 바로 성미산 마을 축제다. 연 인원 수천명이 모여 갖가지 행사를 갖고 즐긴다. 또 하나는 체육대회로 각 단체에 속한 주민들이 한 자리에 모여 체육행사를 갖기도 한다.성미산을 무분별하게 개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투쟁을 전개하거나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사회 문제에도 관심을 갖고 활동도 펼쳤다.

‘사람과 마을’ 손정란씨는 “마을 단체들이 모두 필요에 의해 자발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생명력이 오래간다”라며 특히 “성미산 마을 공동체는 우리 어린이집이 만들어지고 15년간 조금씩 성장하고 확대되었기 때문에 공동체에 대한 애착이 크다”고 말했다.

당연히 성미산 마을 공동체에 대한 다른 지역의 관심도 크다. 심지어 제주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성미산 마을 공동체를 배우기 위한 답사 모임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손 씨는 “지난 해만 해도 50여 차례에 걸쳐 마을을 구경하기 위해 전국에서 왔다. 이 분들을 안내하고 설명해 드리기 위해 따로 활동가가 필요할 정도”라고 말했다.

언론의 관심도 끊이지 않았다. 미 쇠고기 촛불 집회 당시에는 생협 운동이 주목을 받았고 어린이집 급식과 체벌이 사회문제화 됐을땐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많은 소개를 받았다. ‘민중의 집’은 다큐멘터리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민중의 집'에서는 매주 화요일 주민들이 함게 저녁을 먹는 '화요 밥상'이 열린다


하지만 이 모든 단체들의 운영이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마을 까페였던 ‘작은 나무’는 운영상 어려움을 겪다가 최근에 매장을 넓히고 나서야 간신히 활동가 임금을 지급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 주민들이 안심하게 자동차 맡기고 점검을 할 수 있는 ‘성미산 차병원’역시 수익구조 개선이 시급하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이런 마을 공동체를 이용하는 주민의 폭이 대체로 중산층, 고학력자 중심이라는데 있다.

공동육아나 대안학교에 보내는 것 역시 어느 정도 아이들 교육에 관심이 있고 재정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또한 아직까지 유기농 제품이 일반적으로 비싸다는 인식 때문에 쉽게 서민이 생협에 가입하기가 어려운 점도 있다.

손 씨는 “마을 공동체가 진정 공동체가 되기 위해서는 앞집 세탁소, 뒷집 옷가게가 모두 참여하고 이용해야 한다. 그런 역할들을 ‘되살림가게’ 같은 단체가 자연스럽게 맡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성미산 마을 공동체는 또 한번 성미산의 개발로 인해 위기감을 갖고 있다. 학교법인 ‘홍익재단’이 성미산에 사립초등학교를 짓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들은 마을 대책위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반대 운동에 나섰다.

Posted by 용사니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