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권재(42)씨는 막막하다.
집으로 날라온 200만원짜리 벌금 통지서 때문이다. 5월 28일까지 내지 않을 경우 지명 수배를 받거나 하루 5만원씩 일당을 쳐서 구치소에 들어갈 판이다.
박권재 씨가 벌금 200만원을 낼 수 밖에 없는 사연은 이렇다.
박권재씨는 2006년 말까지 개인 자가용 기사였다. 동부이촌동이 집인 고용주를 위해 낮에는 자가용기사 일을 했다. 그러나 수입이 한계가 있어 밤에는 대리운전을 하며 초등학교 다니는 딸과 6개월된 아이의 가장역할을 해왔다.
가난하지만 평범했던 박씨가 벌금 200만원을 낼 수 밖에 없게 된 것은 2006년 말 우연히 거리에서 집회를 구경하다 경찰에 연행됐기 때문이다.
2006년 12월 6일 서울 도심에서는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 주최의 범국민대회가 열렸다. 이날 대회는 대학로에서 시작해 동대문을 거쳐 명동까지 평화행진을 벌였다. 명동에서 촛불문화제를 마치고 난 일부 시위대는 명동 롯데호텔 방향으로 연행자 석방을 요구했다.
경찰은 야간 집회에 참석한 시위대를 연행하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대리운전 오더를 기다리던 박권재씨가 함께 휩쓸려 연행된 것이다.
“보니까 학생은 몇 명 안되는데 경찰은 수가 엄청 많더라구요. 학생 몇 명을 경찰이 에워싸고 때리는 듯 보였어요. 그래서 경찰에게 이러면 안 된다 말리다가 연행된 거지요”
담당 경찰도 난감해했지만
연행된 박씨는 경찰 버스안에서 계속 억울함을 호소하며 풀어줄 것을 요구했다. “지나가던 사람을 이렇게 경찰이 막 잡아둬도 됩니까? 난 시위도 안했고 구경하다 잡혀왔다구요” 처음에 박씨는 금방 풀려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수서경찰서로 연행된 이후 자정이 가까워지고 조사를 받던 연행자들의 유치장 입감을 위한 절차가 진행되자 극도로 흥분하기 시작했다.
“저는 내일 일을 나가야 합니다. 자가용 운전기사라 휴가를 낼 수도 없어요. 내일 안 가면 잘리는데 경찰이 책임질 겁니까?”
박씨는 유치장 입구에서 울먹이며 못 들어간다고 소리쳤다. 연행됐던 사람들이 한목소리로 박씨는 풀어주는 것이 맞겠다고 얘기해줬다. 조사하던 경찰도 난감해했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지시 없이는 풀어줄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결국 박씨는 유치장에서 이틀밤을 꼬박 자고 48시간을 꽉 채우고 난 후에야 풀려날 수 있었다. 박씨는 경찰서 유치장에 있으면서 가족의 면회도 거부했다. 젖먹이 아기를 업고 일산에서부터 수서경찰서까지 찾아왔던 부인을 그냥 되돌려 보냈다.
자가용 기사 자리도 쫓겨나
가족에게 유치장에 갖힌 자신의 모습을 보여줄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나중에 아내가 무척 섭섭했다고 하더라구요. 저도 그렇게 보내고 나니까 어찌나 서러웠던지 다시 면회를 하겠다고 했을 때는 이미 아내는 경찰서를 나섰다고 하더라구요”
박씨가 운전기사 일을 했던 고용주에게는 갑작스런 맹장으로 수술을 해서 출근을 못했다고 둘러댔다. 밤에 몰래 대리운전기사 일을 했다고 말할 수도 없었고 죄가 있던 없던 경찰서에 잡혀 3일이나 있었다고 하면 누가 자신을 계속 써주겠냐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맹장수술을 했다던 박씨가 너무나 멀쩡했던지 고용주는 믿지 않았고 결국 그 다음달 월급을 주는 날 그만두라는 얘기를 들었다. 두 아이를 키워야 하고 가정을 지켜야 했던 박씨에게는 청천병력같은 해고 통보였다.
그 후 박씨는 법인택시를 몰고 있지만 수입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밤에 따로 하던 대리운전 기사를 못하기 때문이다.
"그냥 그렇게 잊어버리려고 했어요. 액땜했다 싶어서요. 그런데 벌금이 200만 원이나 나왔어요. 200만 원을 낼 돈도 없고 너무 억울합니다. 경찰이, 검찰이, 법원이 이래도 되나요?”
벌금 낼 돈도 없고, 너무 억울하다
박씨는 법원의 약식명령서를 받자 바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찾아가서 상담을 받았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위에서도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해주지는 못했다.
▲ 한미FTA 집회 구경하다 일자리서 쫓겨나고 벌금형 받은 박권재씨.
정식재판을 청구했지만 벌금 200만원은 요지부동이었다.
박씨는 항소를 했고 결국 대법원까지 갔지만 박권재씨에 대한 재판 결과는 변함 없었다.
결국 벌금 200만원은 확정됐고 벌금에 대한 지로용지가 얼마 전에 나왔던 것이다.
박권재씨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 200만원을 낼 형편이 도저히 안돼요. 한미FTA 운동본부에 도움이라도 요청하고 싶어요. 그냥 도와달라는 것도 아니고 먼저 납부해주시면 나중에 반드시 갚을거예요”
박씨는 강짜를 부릴려고 하는게 아니라고 했다. 그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라며 어디에 어떻게 도움을 요청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검찰청에 벌금을 나눠 내거나 기간을 유예해 달라고 했지만 택시 운전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거부당했다고 한다.
박씨는 “요즘 같이 택시 운전이 어려운 시기에 목돈 200만원을 도저히 마련할 재간이 없다”고 말했다.
[편집자 주] 박권재씨의 실명과 사진은 본인의 동의하에 올려졌습니다.
방금(오후 6시 45분)에 박권재씨랑 통화가 됐습니다. 이글이 다음 메인에 뜬 후 연락을 드렸지만 통화가 안되다가 연락이 됐네요.
박권재씨도 지금 이렇게 많은 분들이 응원해 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전해달라고 합니다.
그리고 염치 없지만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1,000원씩만 박권재씨 벌금 납부에 도움을 주셨으면 합니다.
박권재씨 계좌번호는
312-06-281594 신한은행 입니다.
그리고 간혹 어떤 이 기사가 어떤 의도가 있느냐고 댓굴에 다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한가지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내일 17일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에서 만납시다.
그리고 국민의 주권을 얘기합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