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4글자였다.
‘잘지내니 ♥’ 지난 5일 어린이날 어머니가 생전 처음 핸드폰으로 보낸 문자다.
며칠전부터 어머니는 자꾸 문자메시지 보내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졸랐다.
내심 70이 다된 노인네가 무슨 문자 메시지가 필요할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이모한테도 보내고 싶고, 다들 편하다고 하는데 좀 알려줘라”
어머니가 쭈빗 거리면서도 다소 완강하게 부탁했다.
“핸드폰을 키시고요 메뉴를 누르셔서 메시지 관리로 가셔서”
어떻게 어떻게 문자 메시지 작성하는 곳까지는 갔지만 문제는 한글 입력시스템을 어떻게 설명하는가였다.
어머니는 “딸이 무슨 공부냐?”라는 외할아버지 호통에 초등학교 1학년도 마치지 못했다고 했다.
어깨 너머로 한글은 떼었지만 그래도 문자메세지 입력하는 방식을 이해하기는 쉽지가 않았다. 몇 번의 실패 끝에 몇 글자를 작성할 수 있었는데 처음부터 다시해보니 또 쉽지가 않다.
30여분을 그렇게 문자 메시지 보내는 방법을 놓고 씨름하더니 힘들다고 안하신다고 했다.
그런 어머니가 대뜸 ‘잘 지내니 ♥’하고 문자를 보내오신 거였다.
예전 어르신이라 그런지 아들한테 사랑한다는 말 한번 해보지 못했다. 사실 나도 어머니한테 사랑한다는 말 쉽게 하지 못한다.
내 자식한테는 하루에도 수십번씩 “사랑해” “아빠한테 사랑해요 아빠 해봐”라고 하지만 우리 어머니한테는 그렇게 못했다. 쑥스럽기도 하고 내가 어머니 사랑하는거 모르는 사람 있나 하는 생각도 들어서 못했다.
어머니도 그럴 것이다. 그런 어머니가 사랑한다는 말 대신에 ♥ 모양을 넣어 문자를 보내 주셨다. 가슴이 먹먹했다.
어머니는 전형적인 가난한 시골에서 태어나 가난한 시골 총각을 만나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서울로 왔으나 고생은 고생대로 했지만 여전히 가난하다.
대뜸 당신의 나이가 70이 다됐다고 느끼면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이 나이 먹을 동안 뭐했는지 모르겠다고 한탄하신다. 먹을거 못 먹고 입을 거 안 입고 모은 돈은 젊어서는 아버지가 다 날리고 늙어서는 내가 다 날렸다.
써보지 못하고 구경하지 못한 돈 몇 천만원이 아빠와 내가 저지른 일 뒤치다꺼리로 들어갔다. 그렇게 어머니의 인생은 아버지와 나에게 송두리째 빼앗겼다.
내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은행 빚을 끌어 모아 조그만 다세대 집을 장만했을 때 가장 좋았던 분은 나와 집사람이 아닌 우리 어머니였다.
사십을 향하는 내 나이가 두려운 것 보다 70을 향해 달음박치는 어머니의 세월이 더 서글프다.
그런 마음에 어버이날 아침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버이날이네. 엄마 아침은 잡수셨고?. 그려 나도 먹었어. 응 잘 지내지 응 알았어. 끊어”
정작 하고 싶은 말은 못했다. 사랑한다는 말이 이렇게 어려운가?
문자라도 보내야겠다.
“엄마 사랑해요”



